[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본 근현대사] 눈물의 연평도

사로호 태풍 상흔의 흉터 같은 절창

김문응 / 김부해 / 최숙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9.04 10:43 수정 2020.09.04 11:02

 

유난히 길었던 장마 끝에 매달린 태풍이 먼 바다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강 너울 산기슭에 기댄 움막 모롱이에는 바람이 스산하다. 무성하게 짙푸른 이파리들이 삽작 문간에 널브러져 있다. 태풍의 꼬랑지에 매달린 잔바람 자락의 흩날림이다. 여름 장마가 길고 강수량이 많으면 겨울 눈도 많다는  기후 내력도 이제는 믿을 만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왕에 여름 비가 많았으니, 올 겨울 눈이라도 많이 내려 내년 농사의 풍작을 기약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태풍, 태풍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1964년 최숙자가 부른 <눈물의 연평도>.

 

조기를 담뿍 잡아 기폭을 올리고/ 온다던 그 배는 어이하여 아니 오나/ 수평선 바라보며 그 이름 부르면/ 갈매기도 우는 구나 눈물의 연평도// 태풍이 원수더냐 한 많은 사라호/ 황천 간 그 얼굴 언제 다시 만나보리/ 해 저문 백사장에 그 모습 그리면/ 등대불만 깜박이네 눈물의 연평도. (가사 전문)

 

​▶https://youtu.be/orQotJx1OfY 

이 노래는 1959년 추석날 연평도를 삼켜버렸던 사라호 태풍이 낳은 노래다. 그해 911, 남태평양 마리아나군도 사이판섬에서 발생한 광풍은 15~18일 오키나와 서해상과 동중국해를 휘돌아 북상한다. 마침내 17, 추석날 새벽에 우리나라에 불어 닥쳐 사망 및 실종 849명 부상 2,533명의 피해를 입힌다. 1900년 이래로 3번째로 큰 인명 피해였다. 이때 연평도 바다 어장으로 조기잡이를 나갔던 어부들 대부분이 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연락도 없고 시신도 찾지 못했다. 돌아오지 못한 어부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몇 해 뒤 비가 건립되었고, 이 애절한 사정을 강남풍이 가사로 짓고 김부해가 곡을 엮어서 23세이던 최숙자가 추모비 제막식에서 부른다. 1964년이다.

 

당시 연평도에는 갈매기는 조기떼를 따르고, 어부들은 갈매기를 따르며, 색시(물새)들은 어부를 따랐단다. 돈이 많이 풀리던 포구에 떠돌던 풍문(風聞)이다. 연평도는 파시(波市)가 서던 섬. 파시는 물결을 타고 바다에서 열리는 시장, 즉 고깃배 위에서 열리는 생선시장이다. 서해어장의 3대 파시는 연평도위도흑산도다. 그중 연평도는 한때 가구 500호에 인구 3천 명에 불과한 섬인데, 260호의 술집이 있었고, 물새로 불리는 400명의 색시들이 어부들의 주머니 속을 들추었단다. 연평도 조기 풍어기는 4월 중순~6월 상순경까지 약 50. 이때는 사흘 벌어 1년 먹는다는 말이 돌았다. 당시 연평도에는 골목길을 배회하던 견공(犬公)들도 만 원 권 지폐를 입에 물고 다녔단다.

 

태풍에 이름을 처음 붙이기 시작한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태풍에 붙이곤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공군에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이때는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1978년까지는 태풍 이름이 여성이었다가 이후부터는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번갈아가며 사용된다. 1999년까지는 세계기상기구(WMO) 규정에 따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지역특별기상센터(RSMC)에서 1999년 제7호 태풍을 뜻하는 ‘9907’과 같은 숫자로만 태풍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부여하였고,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JTWC)는 영문이름을 붙여 왔다. 영문 알파벳 순서대로 작성된 태풍 이름표에 따라, 여자 이름만 사용됐으나 성차별이라는 여성운동가들의 주장이 제기되자 1978년 이후부터 남녀 이름을 골고루 부여하였다.

 

오늘날 사용하는 태풍 이름은 1997년 제30차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2000년부터 모든 태풍에 각 회원국의 고유 언어로 만든 이름을 10개씩 번갈아 쓰기로 결정하였다. 한국북한미국중국일본캄보디아홍콩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라오스마카오미크로네시아 등 14개국이다. 이 나라에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을 세계기상기구(WMO)에서 공식 명칭으로 부여하고 있다. 그 이름은 나크리크로반사리카펑선두쥐안하이마기러기카이탁덴빈우사기 등등이다. 태풍(열대폭풍)은 발생 지역에 따라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cyclone), 북태평양 중부와 동부 북대서양 서부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이라고 한다. 코리올리힘 영향으로 북반구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20101123일 오후 230분경 북한군이 대연평도를 향해 170여 발을 포격하였고, 해병연평부대는 80여 발의 대응사격을 하였다. <눈물의 연평도> 노래가 불린 지 46년 만이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었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 민간인 2명이 사망하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때 전사한 문광욱 일병과 서정우 하사는 휴가를 스스로 반납하고, 작전 현장에 투입된 용감한 전사(warrior)들이다. 이 사건은 천안함침몰사건(2010.3.26, 북한군 어뢰공격) 이후 벌어진 만행으로 북한의 실체를 다시 인식하는 신안보의식(新安保意識)이 정립된 계기다.

 

60여 년 전 사라호 태풍이 할퀴고 간 연평도, 북한의 기습 포사격을 받아서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된 연평도. 그 해역은 삼국시대 신라 장군 김춘추가 당나라를 오고 가면서 고구려 군사의 추격을 받다가 사마르칸트 소그디아 출신 호위무사 온군해(溫君解)의 살신 충정으로 살아난 곳이기도 하다. 유행가는 역사다. 노래 탄생시점 현재 상태로 보전되는 보물이고, 노랫말과 모티브에 아로새겨진 사연의 타래들을 솔솔 풀어헤치면 역사의 솔기가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길이길이 통창(統唱)될 유장한 노래여~.




[유차영]

문화예술교육사

트로트스토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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