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우리 곁으로 다시 다가온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여계봉 선임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9.06 10:06 수정 2020.09.06 11:21

어느 날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 코로나19의 테러 앞에서 인류의 문명은 넋을 잃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에 경험하게 될 다양한 예측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무하고 있어 또 다른 공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새로운 용어들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한다. '자가격리', '비대면', ‘거리두기’, ‘코로나 블루’, '무증상 감염' 등은 일상용어가 되었고, '뉴노멀(New-nomal)', '언택트(untack)' 란 단어에도 익숙해졌다.


코로나 19 때문에 독도수비대원 대신 마중 나온 독도 괭이갈매기(사진: 여계봉)



기자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코로나19가 한시적인 바이러스일 것으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고 바이러스 시대의 끝이 요원해지자, ‘역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과거를 돌아보라는 어느 역사학자의 말대로 대학생 때 읽었던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기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프랑스의 대문호이자 소설가 카뮈를 우리 곁으로 다시 소환한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1947년에 쓴 소설 페스트가 지금의 현실을 너무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스트는 평범하고 조용한 해안가 도시 오랑에서 시작된다. 전염병이 창궐하여 도시가 철저히 고립되자, 오랑의 시민들은 가족, 연인, 친구들과 기약할 수 없는 작별을 경험하게 되고 하루하루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안은 채 힘겹게 버텨낸다. 흑사병이 만연하여 처참해진 이 도시에 지성인 타루, 의사 리외, 기자 랑베르, 공무원 그랑과 같은 희망을 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폐쇄된 도시에서 자발적 시민 봉사대를 조직하여 페스트의 위험을 알리고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전념한다. 랑베르처럼 평소 이기적이었던 사람도 집단적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이타심으로 공공선의 실현을 위해 앞장선다. 누구인가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범죄자 코타르처럼 또 다른 누구인가는 페스트가 몰고 온 공포를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기회로 활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들은 페스트가 위력을 잃고 사라져 갈 때까지 최선을 다하여 도시를 구하는 일에 몰두한다. 소설 마지막에 주인공 타루는 결국 페스트에 감염되어 생명을 잃지만, 그의 희생적 헌신과 휴머니티, 그리고 의로운 연대와 저항의 정신은 페스트를 극복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결국 오랑시민들은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페스트를 극복하게 되는데,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우리가 갈림길에 섰을 때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를 시사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인간의 분열과 불신을 가장 좋아하고, 인간의 상호 신뢰를 제일 무서워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책임 소재와 대책에 대하여 연일 공방이 계속되고 최근에는 종교단체들이 돌발변수로 등장하면서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인간 숙주들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정치권의 자중지란과 감염자와 비감염자 간의 갈등,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과의 사회적 틈새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틈새를 메워주는 소식도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집중된 지역으로 무작정 달려간 자원 봉사자들, 극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도 굴하지 않고 바이러스에 당당히 맞서온 국내 의료진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대처로 대응해온 질병관리본부 얘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준다.

 

코로나19 상황의 우리 현실에도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한다. 타루나 리외 같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파늘루 신부처럼 종교적 극단주의를 설파하는 인간형도 눈에 띈다. 물론 소설 속 인물에 현실 속 인물을 그대로 대입하는 건 위험하다. 그러나 결국 코로나19 사태와 맞닥뜨린 우리 사회와 소설 페스트에서 만났던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자연스럽게 오버 랩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어차피 질병 앞에서는 공동 운명체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는 극도의 이기심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등의 소산물이다. 이런 것들은 치유하기 힘든 신종 감염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오만한 현대사회에 내린 죄와 벌바이러스 앞에서는 차별이 없다. 강대국도, 정치인도, 부자도, 종교인도 피해갈 수 없다.

 

아직도 코로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현대사회가 사회적 거리는 두더라도 마음의 거리는 두지 말아야 할 것임을 73년 전의 소설 페스트는 우리에게 시사해주고 있다.




여계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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