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본 근현대사] 공항의 이별

하늘 저 멀리 사라져갈 날을 기다리며

정두수 / 박춘석 / 문주란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9.08 10:06 수정 2020.09.08 10:45

 

세상살이가 스산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예고 없는 인류공격이 원인이다. 이러한 시기에 좀스런 권당(勸黨)들의 난잡한 아귀다툼은 생경함을 넘어서 졸스럽다. 사람(국민)들의 삶은 오그라들고 있다. 생활공간, 실물경제현장, 문화예술활동, 학렬적(學列的) 이전투구, 글로벌이동메카니즘의 봉쇄 등등. 보건환경유지를 위한 중앙통제방식의 규제는 난무한데, 극복을 위한 백신개발 등 국가적 차원의 빅리서치팀 운용과 관련한 비전 제시는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다른 나라들의 개발 동향이나 매스컴을 통하여 들으면서 마냥 기다려야만 하나. 그저 산술적 통계 숫자의 증감이나 듣고 있어야 하니, 참으로 답답한 대한민국의 작금이다. 삶의 범주가 방콕, 집콕, 나라콕이다. ~~~ 이러한 때 왜 하필이면, 1976년 문주란의 목청으로 세상을 울린 <공항의 이별> 노래가 음유되는가. 이런 시절에는 에둘러 이별을 할지라도 하늘 멀리 날아도 가고프기 때문이리라.


하고 싶은 말들이 쌓였는데도/ 한마디 말 못하고 헤어지는 당신을/ 이제 와서 붙잡아도 소용없는 일인데/ 구름 저 멀리 사라져간 당신을 못 잊어 애태우며/ 허전한 발길 돌리면서 그리움 달랠 길 없어 나는 걸었네// 수많은 사연들이 메아리 쳐도/ 지금은 말 못하고 떠나가는 당신을/ 이제 와서 뉘우쳐도 허무한 일인데/ 하늘 저 멀리 떠나버린 당신을 못 잊어 애태우며/ 쓸쓸한 발길 돌리면서 그리움 참을 길 없어 나는 걸었네. (가사 전문)

https://youtu.be/uXFhRs57gO4   

 

<공항의 이별> 노래는 하고 싶은 말들이 쌓여 있는데도, 한마디 말 못하고 헤어지는 당신을, 이제 와서 붙잡아도 소용없는 일인데, 구름 저 멀리 사라져간 당신을 못 잊어 애태우며, 허전한 발길 돌리는 노래다. 가사처럼 공항은 이별을 상징하는 의미가 깊다. 사실 상봉의 장소이기도 한데, 어쩐지 공항하면 이별이 먼저 생각나고, 떠나고 보내는 장소로 더 각인되어 있다. 이런 서정은 1970년대 우리나라의 시대상황과 연계된다. 그때의 공항은 외국으로의 떠남이 더 많았던 시절이다. 개발 도상의 해외 진출상황, 선진 학문과 문화예술의 체득, 글로벌 국제환경으로의 진출 등등. 이별이 서럽게 여겨지지만은 않던 시절의 노래다. 그 시절에는 해외로 날아가라고 문을 열어주어도 나서기가 어렵던 시절이다. 이 노래 발표 후 60여년이 지난 오늘날은 상황이 달라졌다. 바다를 건너서 나가고 들어옴이 대문간 드나들듯 한데,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있으니, 공항노래가 더 살갑게 여겨질 수밖에.

 

우리나라 공항은 여의도비행장이 시초다. 191610월 개장 당시는 경기도 고양군 용강면이었다. 1953년 국제공항으로 승격되었다가 1958년 김포공항으로 민항기능을 이관하였고, 1971년에 군사기능까지 성남으로 옮겨간다. 20013월 인천공항이 개항되었으니, 이 노래 속 공항은 김포공항이다. 1960~70년대 김포공항에는 송영대(送迎臺)라는 이별을 위한 특별한 장소가 있었다. 비행기를 타러 나가는 사람들을 배웅하기 위하여 이곳에 올라서서 활주로의 비행기를 바라보며 손 흔들며 눈물짓는 풍경이 이채롭지 않았다. 이 애수(哀愁)의 송영대는 1974, 29회 광복절행사 때 영부인(令夫人)을 저격한 문세광 사건이후 폐쇄하였다.

 

<공항의 이별> 원곡가수 문주란은 1949년 부산에서 출생, 본명이 문필연이다. 그녀는 16세에 너무나도 그 님을 사랑했기에~’로 풀어가는 <동숙의 노래>로 스타로 떠올랐다. 1966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1년 전 1965년 중학교 3학년으로 부산MBC 톱 싱거 경연대회에서 <보고 싶은 얼굴>1등을 했다. 그녀가 처음 노래를 한 곳은 음악 감상실 그린하우스. 이곳은 부산 광복동 미화당백화점 내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여기서 매일 노래자랑이 열렸다. 그녀는 부산예술학원에서 현철서용수 등과 함께 1년 남짓 노래를 배운 뒤 작곡가 유금춘 사무실 소속으로 <부산쇼단원>으로 공연을 다녔으며, 자신의 노래를 취입하기 전에 성재희의 <보슬비 오는 거리> 등을 불러 천재 소녀가수라는 평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백영호가 작곡한 영화 주제가 <동숙의 노래>를 정식으로 취입하여 히트를 한다. 문주란의 히트요인은 남자보다 더 내려가는 매력적인 저음. 성격과 언변도 한몫했다. 그녀는 현철서용수 등의 나이 많은 가수들에게 형이라고 불렀다.

 

안타깝게도 노래 <공항의 이별>을 만든 정두수와 박춘석은 저승의 별이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 1세대 별들이 지고, 23세대들이 가교(架橋)를 이어간다.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사에서 대중가요의 주역들이 시대를 이어가면서 천이(遷移)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트로트 열풍, 트로트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작품 소재도 역사적인 팩트와 증거를 은유하는 시대 이념보다 사랑과 이별 등 즉흥적이고 행위행각을 묘사하는 감성을 우선시하는 트렌드로 전이되고 있다. 상업적인 시청률에 대중들의 감성이 코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노래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듣고 건들거리고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재미와 흥미에 의미를 더하면 100년간 불릴 텐 데, 즉흥이 맥락점이 된다면 기무십년흥(氣無十年興), 아니 삼년흥(三年興)도 어려울 테다. 뜨거운 시청률의 기운은 3년도 못 간다는 활초(活草)의 설파다. 오랜 세월의 강을 흘러가면서 가물가물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서 밀려나듯 지워질 터이다.

 

보건위생환경의 까탈스러운 상황에서 생뚱맞게 풀어낸 <공항의 이별> 서정이 산뜻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하루빨리 코로나-19를 의압(醫壓)하는 백신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개발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공항의 이별-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이 서글프지 않고, 오히려 발랄한 행복에너지로 충전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들이 가슴속에 쌓여 있지만, 언젠가는~ 하면서 마음을 다독거리면서 참고 산다. ~ 공항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이별과 상봉을 할 날이여.



[유차영]

문화예술교육사

트로트스토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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