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물의 문. 빛

전승선

이해산 기자

작성 2020.09.11 09:56 수정 2020.09.11 10:38




물의 문 . 빛

 

마침내
깨끗이 타오르게 저 빛 속으로 던져 주오
아침 햇살처럼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도
새벽 반달 같은 매혹적인 붉은 입술도
그대 이름이 저장된 핸드폰과 함께 던져주오
인사동 좁은 골목길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를 지나
고등어 굽는 냄새 비릿한 약수동 고향식당을 기웃거리고
밤새 마셔도 취하지 않는 신촌 판자집 막걸리를 마시면
저 섭섭한 세상 깔끔하게 빛속으로 던져 주오

-저것 좀 봐 달팽이가 날아가네!
-달팽이와 새는 겹치지 그대와 내가 겹치는 것 처럼


노트 위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자벌레 같은 언어와
한 생 껴안고 뒹글어 심심하지 않았으니
온 몸의 피가 사라져 어둠이 될 때까지
온갖 종교의 말들이 떠난 뒤에 피어나는
바람의 꽃으로 둘둘 말아 저 빛 속으로 던져주오
달팽이와 새가 빛이듯이 그대와 내가 빛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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