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프로젝트] 한 번쯤 행복했던 기억에 웃어도 보는 것

나연우

전명희 기자

작성 2020.09.15 09:37 수정 2020.09.15 10:15



언젠가 무심결에 휴대폰 갤러리를 들춰보았다. 언제 찍었는지 모를 사진 몇 장과 동영상 몇 개가 추억처럼 들어있었다. 그러다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부산국제고등학교 합격증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지도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마치 처음부터 내가 부산국제고등학교에 다닐 것이 정해져있기라도 했던 것 마냥 당연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잠깐이나마 그 순간의 감동이 맴돌았다.


아직도 생생한 그 날의 풍경. 20151218. 부산국제고등학교 최종합격 발표가 나던 날이었다. 오전 10시에 합격발표가 나기로 되어있었고 난 전날 밤부터 잠을 설쳤다. 등교하는 순간부터 손톱을 물어뜯게 되었고 떨어지면 어떡하나 붙으면 또 어떤 기분일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10.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다. 수험번호를 입력하는 손끝이 파르르 떨려오고 차마 확인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서야 확인버튼을 누를 수 있었고 딸깍하는 마우스 소리가 끊어지기가 무섭게 화면이 바뀌었다.


축하합니다. ‘나연우(83)’2016 자기주도 학습전형 최종에 합격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화면의 중앙에 보이는 작은 웹 페이지 메시지. 그 작은 창을 보는 순간의 감동이란 아직도 쉽사리 가시지가 않는다.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간절하게 어떤 학교의 소속이 되고 싶다고 느꼈었고 그 목표를 위해 쉬지 않고 달려 노력했던 나의 1. 그 결과가 선물처럼 나타나주니 나로서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작은 모니터 속 선명한 그래픽 축하합니다. ‘나연우(83)’2016 자기주도 학습전형 최종에 합격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바로 조퇴증을 끊고 집으로 향했다. 가방을 메고 엉엉 울면서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갔다. 내가 울면서 학교를 나가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걱정스레 물었다. 어디 아프냐고. 아니면 혹시 불합격이더냐고. 그럴 때마다 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 합격했어.” 친구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벅차도록 행복했다. 눈부시도록 찬란했다.


학교에서 집을 가려면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또 펑펑 울었다. 그 날의 감격이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버스에 올라타 창밖을 바라봤다. 차창 밖 풍경이 눈물 나도록 익숙했다. 매일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 학교를 마치자마자 집으로 간적도 있었지만 밤늦게 집으로 가던 때도 있었다. 밤늦게 보던 그 곳의 풍경과 밝디 밝은 대낮에 보는 그 곳의 풍경이란 확연한 온도차이가 났다. 그래서였을까. 매일 보던 그 차창 밖의 일상을 보며 또 눈물을 한 움큼 움켜냈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눈이 부셨다. 때는 한겨울. 추운 겨울에도 햇살은 눈부셨다. 차가운 겨울공기와 그와 어울리지 않도록 따뜻하게 나를 감싸 안는 햇살에 또 눈물이 났다. 그렇게 차가운 공기 속 한줄기의 햇살을 느끼며 집으로 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엄마의 얼굴은 놀란 표정이었다.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울면서 집으로 온 딸을 보고 놀라지 않을 부모는 없으리라. 엄마얼굴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고 겨우겨우 입을 열고 뱉어낸 한마디는 엄마 나 붙었어.’였다. 겨우 한마디였지만 내겐 큰 무게가 있는 말이었다.

어릴 때 부모님 속 한번 썩인 적 없는 말 잘 듣는 착한 딸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이기에 그 날 기뻐하던 엄마 아빠의 표정도 여전히 선명하다. 이후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이지만 평소 눈물이 없는 아빠가 나의 합격 소식을 듣고는 엄마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더랬다. 우리 딸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한참을 기뻐하셨더랬다. 참 행복했다.


그 날의 행복은 분명히 평소에 내가 느끼던 소소한 즐거움과는 달랐다. 친구와 학교 자습시간에 선생님 몰래 떡볶이를 먹으러 갔을 때, 더운 여름날 개봉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를 시원한 콜라 그리고 팝콘과 함께 먹으러 갔을 때 느꼈던 그 감정들과는 분명 달랐다. 시간이 오랜 지난 지금도 내겐 합격 발표가 나던 날의 풍경들과 그 하루의 모든 기억의 조각조각들이 박제된 듯 남아있다.


글=나연우


전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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