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프로젝트] 인류의 오랜 꿈 유토피아를 찾아서

문예찬

전명희 기자

작성 2020.09.16 09:31 수정 2020.09.16 10:38



1. 인간은 왜 이상사회를 꿈꾸는가

 

초기의 인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였다. 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회를 구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차츰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계급이 발생하였다. 또한 이러한 계급사회로의 분화는 복잡해지고 한 층 더 거대해진 인간집단을 존속시키기 위해 각종 제도와 법률이 탄생하였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효율성과 안정성을 갖추어 나가면서 동시에 거대한 모순성을 내포하게 되었다. 계급 사회 아래에서 모든 재화와 그에 따른 행복은 소수의 지배층에게 집중되었다. 이러한 집중이 심화되자 인간들은 스스로 자문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사회가 형성되면서 인간은 끊임없이 사회의 지향점과 이상적 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인간의 역사에서 이러한 모습을 실현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플라톤, 토마스 모어, 마르크스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사회의 모습을 제시 하였으며, 이러한 시도는 때로는 이상적으로, 때로는 그 의도와는 반대로 모순이 더욱 심화된 상태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인가?

 

2.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이상사회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 우선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부터 분석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상사회를 건설하려고 시도한 모든 사상가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홉스, 로크, 루소의 사상인 사회계약설에서도 인간이 사회계약을 하는 이유로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고, 자신의 행복을 극대화하려는데 있다고 하였다. 또한 포이어 바하와 마르크스는 인간은 ()적 존재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그들에게 마치 하나의 공리와 같은 것으로 굳이 증명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논증해야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였다. 인간은 오랜 세월 집단을 구성하고 살아왔으며, 집단 속에서 생존하고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의 모순된 상태가 요구 된다. 하나는 자신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보장 된 상태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에게 인정받을 때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고, 본능적으로 자유를 원한다. 인간은 자신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투쟁하는 존재이다. 이 때 투쟁의 대상은 자연일수도 있고, 사회 제도일 수도 있으며, 사회적 관계일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구속으로부터 해방되고자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적 욕구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의 역사가 신채호는 인간의 역사가 아()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하였다. 즉 인간은 자기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외부환경과 싸워왔다. 그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는 인간, 이것이 인간이 첫째로 원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는 남과의 관계 속에서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인간은 불행해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끊임없이 사랑의 대상을 찾고, 수많은 재화와 유물을 생산하고, 사상과 발전을 이룩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타인과 더불어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 이것이 인간이 원하는 두 번째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따라서 인간의 역사는 자유의 확립과 자기 가치 실현을 위한 투쟁과 몸부림의 과정이며, 이 가치들을 위해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고, 그들 자신의 역사를 진행시켜 나갔다.


그러나 이렇게 구성된 사회는 결코 모든 사람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하였다. 헤겔은 인간의 역사는 이성의 진보의 역사이며, 이 진보의 핵심은 자유의 확대라고 주장하였으나 어떤 사회에서도 다른 인간에 대한 차별과 구속은 있어왔고, 자신의 존재가치와 자유를 추구하려는 욕망이 타인에 대한 억압과 멸시의 모습으로 나타나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모든 역사적 공동체 속에서 불행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상사회의 모습은 역사 속에서 찾을 수 밖에 없고, 기존의 사상가들이 주장한 이상사회의 모습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통해서만 현실성 있고 허황되지 않은 이상사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3. 이상사회의 모습


그렇다면 이상사회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우선은 적당한 인구와 적당한 크기를 가져야만 한다. 너무 큰 사회는 환경오염이나 극단적인 이기심의 발현 등 온갖 병폐를 생산하며, 너무 작은 사회는 구성원의 다양한 욕구와 그 사회 존립을 위한 적절한 생산량을 달성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규모가 적절한가?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정치학에서 인간은 폴리스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고 하였다. 그리스의 폴리스는 인간이 구성할 수 있는 공동체중 최적의 모습이었다. 폴리스의 모든 시민들은 직접민주정치를 통해 모두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폴리스적 크기는 그리 크지도 않아 모든 시민은 서로에 대해 알기 때문에 인간소외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폴리스는 자유와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존중이 동시에 구현된 공동체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폴리스는 그리스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외국이 존재하지 않아야 가능 할 것이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는 페르시아라는 중앙 집권화 된 거대 공동체의 침략에 의해 해체 과정을 밟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공동체의 정치 형태는 직접 민주정의를 실현해야 하며, 독재자나 참주를 막기 위해 대표자는 짧은 시일마다 재신임을 받아서 대표자가 참주나 독재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정치체제는 항상 비판을 받아드리는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하며, 언론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 하여 사회 정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 사회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흥미와 직업 선택을 존중하되, 그 결과적 측면에서의 소득이나 명예에서는 가능한 한 최대한의 평등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소득과 생산량의 격차는 구성원들 간의 대립과 계급을 만들어 내고 이는 이상적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사회는 토마스 모어의 말처럼 노동시간이 한정적이어야 하며, 모든 구성원들은 노동시간외에의 시간에는 자신의 여가활동을 즐길 자유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생산기반의 평등이 이루어지고, 개인 시간에 대한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그 구성원들은 자신의 맡은 소임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평등이 실현된 사회에서는 태만한 사람이 나오거나 세대가 지날수록 이상적 가치들이 쇠퇴하고 희석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성실과 근면의 가치를 가르치고, 교육을 통해 이상적 가치들을 다음세대에게 전달하여 보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이상사회를 그리려는 시도의 가치

유토피아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토마스 모어조차도 유토피아란 현실에서 존재 할 수 없는 사회라고 하였다. 과연 유토피아는 존재 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일 것이다. 인간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끊임없는 갈등과 모순이 발생할 것이고 인간은 이에 따라 괴로워 할 것이다. 그러면 이상사회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모든 노력은 헛된 것에 불과 한 것일까? 그 또한 그렇지 않다.


이상사회의 모습을 그리는 시도는 여러 가지의 긍정적 기능을 한다. 우선 이러한 이상사회의 모습은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그러한 현실을 개혁하는데 필요한 기준과 목표를 제공한다. 또한 현재 인류가 누리는 삶을 성취하도록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이상사회의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신념과 실천 의지를 지니게 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상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해야만 하고, 역사에서 추구해오고 자신의 시대 현실이 요구하는 가치를 사회에 담아 보려는 지속적인 시도를 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 가운데 인간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아름다운 사회를 실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 : 문예찬] 

 

전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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